컬처매주 하나의 미술사 이야기인스타그램KOEN
Vol. 102026-07-07지난 호 보기

파도와 산, 그리고 아흔까지 그린 노인

가쓰시카 호쿠사이 — 「후지산 36경」이 붙잡은 순간들

이어지는 이야기 3편읽는 시간 약 8분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그레이트 웨이브)
이야기 시작

한 노인이 있었다. 일흔셋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새와 물고기와 풀의 진짜 구조를 조금 알게 되었다고 그는 적었다. 아흔이 되면 사물의 비밀에 더 깊이 파고들 것이고, 백 살이 되면 마침내 신묘한 경지에 이를 것이라고. 이상한 문장이다. 대부분의 화가가 완성을 이야기할 나이에, 호쿠사이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후지산 36경」은 그가 일흔 무렵에 그린 연작이다. 파도가 있고, 산이 있고, 그 앞에 아주 작게 인간이 있다. 목판에 색을 얹어 수천 장을 찍어낸 그림이었으므로, 지금도 뉴욕과 런던과 보스턴의 미술관에 나뉘어 걸려 있다. 같은 그림이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가 원하던 종류의 영속성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세 장의 판화 앞에 차례로 서보기로 한다.

01

떨어지기 직전의 파도

파도는 아직 부서지지 않았다. 그것이 이 그림의 전부라고 해도 좋다. 거대한 물마루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손가락처럼 갈라진 물보라를 아래로 드리운 채 정지해 있다. 스마트히스토리의 해설은 이 장면을 "세 척의 고깃배 위로 막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화면은 영원히 그 직전에 머물러 있다. 무너지지 않는 파도. 도착하지 않는 파국.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면, 이 정지가 위협보다 오히려 고요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배 위에는 사람들이 몸을 낮추고 있다. 산은 저 멀리, 원근법에 의해 작아진 채 파도의 골 사이에 놓여 있다. 스마트히스토리는 원근법의 사용으로 후지산이 "작아져서 마치 파도에 삼켜질 것처럼 보인다"고 적는다.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이 한 화면 안에서 자리를 바꾼다. 눈앞의 물결이 성산(聖山)보다 커 보이는 이 전도(顚倒)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놓이게 한다. 세계는 늘 가까운 것이 먼 것을 가린다.

색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이 파란색은 유럽에서 건너온 것이다. 프러시안 블루. 일본에서는 1820년대에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인공으로 만든 합성 안료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과학 연구팀은 소장본을 분광 분석해, 인쇄공들이 이 새 파랑을 그대로 쓰지 않고 전통 쪽빛 인디고와 정교하게 겹쳐 찍었음을 밝혀냈다. 첫 번째 판에는 프러시안 블루와 인디고를 섞고, 두 번째 판에 순수한 프러시안 블루를 얹어 더 미묘한 깊이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바라보는 한 겹의 파란색은, 실은 두 번 눌린 파란색이다.

그리고 서양이 들어와 있다. 스마트히스토리는 일본의 교역이 크게 제한되던 시기였음에도 이 판화가 네덜란드 미술의 영향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닫힌 나라의 화가가, 문틈으로 새어든 빛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도를 그렸다. 그리고 그 파도는 다시 바다를 건너가 19세기 유럽의 화가들에게 영감이 되었다. 안료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왔고, 그림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갔다.

무너지지 않는 파도. 도착하지 않는 파국. 이 정지는 위협보다 고요에 가깝다.

소장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 다수 소장 (다색 목판화, 여러 에디션) · 전시 일정 →작품 자세히 보기 →이 이야기를 들려준 큐레이터 · Leila Anne Harris · Smarthistory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과학 연구팀 (에세이 「The Great Wave: Anatomy of an Icon」)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02

붉은 산이 나타나는 아침

개풍쾌청 (남풍청천, 붉은 후지)
개풍쾌청 (남풍청천, 붉은 후지) · 가쓰시카 호쿠사이

파도 다음에는 정적이 온다. 「개풍쾌청」, 흔히 '붉은 후지'라 불리는 이 판화에는 파도도 배도 사람도 없다. 오직 산 하나가 화면의 삼분의 이를 차지한 채 서 있을 뿐이다. 붉은빛에서 남색으로 번지는 사면, 아래쪽의 초록 수목선, 위로 흩어진 비늘구름. 색은 극단적으로 절제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후지산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 붉음은 상징이 아니라 시간이다. 여러 해설은 이 그림이 특정한 기후의 순간—이른 아침의 낮은 햇빛이 산의 면을 데우는 반면 하늘은 아직 차가운, 아주 좁은 시간의 틈—을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붉은색은 산 위에 덧씌운 관념이 아니라, 이 장면이 하루 중 어느 짧은 구간에 속한다는 표시다. 조금만 지나도 이 붉음은 사라진다. 그러니 이것은 산의 초상이 아니라, 어떤 아침의 초상이다.

대영박물관은 이 판화를 소장하고 있으며, 맑은 날씨 속 후지산을 그린 색판화로 기록한다. 구름이 갈라지며 정상 둘레에 후광처럼 자리를 내주고, 잔설이 성기게 남은 봉우리와 아직 그늘에 잠긴 아랫자락이 대비를 이룬다. 완전한 「후지산 36경」 세트는 세계에 열 벌이 채 되지 않으며, 그중 주요한 것들이 메트로폴리탄, 보스턴 미술관, 대영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나뉘어 있다.

호쿠사이에게 후지산은 그저 풍경이 아니었다. 내셔널 갤러리 오브 빅토리아에 실린 게리 히키의 에세이는, 호쿠사이가 후지산을 불멸의 상징이자 영적 초월을 나타내는 성산으로 여겼으며, 이는 중국 도교 전통과 일본의 산악 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는다. 백 살까지 살아 신묘한 경지에 이르겠다고 선언한 노인이, 죽지 않는 산을 몇 번이고 다시 그렸다.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산의 초상이 아니라, 어떤 아침의 초상이다. 조금만 지나도 이 붉음은 사라진다.

소장 대영박물관·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소장 (다색 목판화, 여러 에디션) · 전시 일정 →이 이야기를 들려준 큐레이터 · 대영박물관 소장품 해설 (Thirty-six Views of Mount Fuji 판화) · The British Museum / Gary Hickey, 「The Old Man, Mount Fuji and the Sea」 ·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 Art Journal 44

03

아흔이 되면, 이라고 그는 적었다

「후지산 36경」 연작 — 그리고 화가의 자서(自序)
「후지산 36경」 연작 — 그리고 화가의 자서(自序) · 가쓰시카 호쿠사이

「후지산 36경」은 제목과 달리 서른여섯 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인기가 높아지자 열 장이 더해져 마흔여섯 장이 되었다. 호쿠사이는 산을 한 방향에서 보지 않았다. 파도 너머로, 들판에서, 다리 아래로, 장인들의 작업장 지붕 사이로—그는 같은 산을 자꾸만 다른 자리에서 다시 그렸다. 하나의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하는 이 집요함은, 대상을 소유하려는 시도라기보다 대상에 다가가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어느 방향에서도 후지산은 완전히 잡히지 않는다.

이 연작을 그릴 무렵 호쿠사이는 이미 일흔이 넘어 있었다. 여러 자료는 그가 칠십 대에, 경력의 정점에서 이 그림들을 그렸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화광노인(畫狂老人)', 그림에 미친 늙은이라 불렀다. 일흔다섯의 나이에, 「후지산 100경」 제1권 발문에 그는 유명한 문장을 남긴다. 번역에 따라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요지는 언제나 같다. 일흔 이전에 그린 것은 아무것도 볼 것이 없고, 일흔셋에야 겨우 사물의 구조를 조금 알게 되었으며, 아흔이 되면 그 비밀에 더 깊이 파고들 것이고, 백 살이 되면 참으로 신묘한 경지에 이를 것이라는 선언이다.

대영박물관은 이 발문을 그의 예술적 선언으로 소개하며, 그가 스스로에게 '만지(卍)'라는 새 이름을 붙이고 완성과 불멸에의 갈망을 드러냈다고 적는다. 히키의 에세이도 같은 문장을 인용한다. "아흔이 되면 나는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백 살이 되면 그 이해가 신의 경지에 이를 것이다." 이것은 허세가 아니다. 아직 배우지 못했다는 고백이고, 더 살아야 할 이유의 목록이다.

호쿠사이는 아흔 살까지 그렸고, 여든여덟이나 아흔에 세상을 떠났다. 백열 살에 이르면 점 하나 선 하나가 저마다 살아 움직일 것이라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파도는 여전히 무너지지 않고, 그가 그린 붉은 산은 여전히 어느 아침의 빛을 붙들고 있다. 판목에서 찍혀 나와 여러 나라로 흩어진 그림들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살아 있다. 어쩌면 그가 말한 불멸이란, 이런 형태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손이 멈춘 뒤에도, 그 손이 그린 파도가 계속 부서지기 직전에 머무는 일.

아직 배우지 못했다는 고백이고, 더 살아야 할 이유의 목록이다.

소장 메트로폴리탄·보스턴 미술관·대영박물관·프랑스 국립도서관 등 분산 소장 · 전시 일정 →이 이야기를 들려준 큐레이터 · 대영박물관 「Hokusai: Beyond the Great Wave」 관련 해설 (Nippon.com 게재) · The British Museum / Gary Hickey, 「The Old Man, Mount Fuji and the Sea」 ·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 Art Journal 44

맺음말
세 장의 판화 앞을 차례로 지나왔다.부서지기 직전의 파도, 사라지기 직전의 붉은 아침, 그리고 아직 그리지 못했다고 말하는 노인의 문장.이 셋은 결국 같은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려는 의지 같은 것.호쿠사이는 목판에 색을 얹어 같은 그림을 수천 장 찍었고, 그래서 그의 파도는 한 곳에 붙박이지 않는다.뉴욕에서도 부서지고 런던에서도 부서지고 보스턴에서도 부서진다.나는 그가 백 살까지 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기로 한다.다만, 일흔셋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무언가를 조금 알게 되었다고 담담히 적을 수 있었던 사람의 마음을, 오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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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준 큐레이터

이 글의 사실과 해석은 아래 전문가·기관의 공개 자료에 근거합니다. 자세한 해설은 각 원본에서 확인하세요.